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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괜찮아?
    방콕 여행 2019. 5. 12. 14:10
    Are you OK?

    태국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방콕을 좋아하고 방콕에서도 카오산 로드가 있는 그 주변 지역을 좋아한다. 한 문장에 좋아하다가 두 번이나 들어간 것을 보면 정말 좋아하는 거다.

    카오산 로드에서 좋아하는 것은 많다. 비성수기 손님이 나만 있는 마사지샵에 누워 태국 뽕짝 멜로디를 들으며 얼굴에 팩을 얹고 개 새끼 송아지 새끼 블라블라 지옥 같은 한국의 못된 인간들을 욕하며 누워있으면 어느 순간 테라피스트 선생님은 차가운 오이를 척척 올려놓고 그 순간 각성한다.

    너 괜찮아? 카오산 로드의 대부분 마사지 테라피스트는 중간 여러 번 묻는다. 'Are you OK?' 한국에서 내게 너 괜찮냐고 묻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아니 손에 꼽을 만큼도 없다. 한국에서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경박하기 그지없게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을 무시하고 혹은 경외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천박한 사람들.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는 귀천이 존재한다. 선생님들은 나의 비루하고 지친 얼굴 발 그리고 몸을 만져 아픈 곳을 치유해준다. 그리하여 답변은 항상  "I'm OK 난 괜찮아"다.

    태어나길 전사로 태어났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약자에게 못되게 구는 사람을 보거나 옳지 않은 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싸워야 하는 천성. 그런 나보다 더 전사로 살아온 그녀는 삶이 얼마나 처연했을까. 그러나 난 그녀를 연민하지 않는다. 그저 행복하길 바라며 존경할 뿐.

    리턴 티켓을 버리고 라오나 베트남으로 방향을 틀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이때, 선생님들은 돌아가서 싸워 그리고 지치면 다시 오라고 무언으로 응원한다.

    이건 싸워 이기고 싶지 않은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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